유한한 육체와 고정된 신체 개념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상황을 그리는 작가 우한나. 그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 <품새 POOMSAE>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지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전시 제목인 <품새>는 한국 전통 무술에서 몸의 균형과 중심을 잡는 자세를 뜻하는 동시에, 작가의 예술적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우한나는 양가성이 공존하는 상태에서의 고군분투에 주목해 왔는데요. 파괴와 생성, 고정과 유동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몸의 움직임인 ‘품새’가 바로 이런 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작가의 대표작인 ‘블리딩 Bleeding’ 과 ‘밀크앤허니 Milk and Honey’에서도 진화와 퇴화 사이의 경계에 선 생명들을 탐색하며, ‘품새’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블리딩’은 호접란의 유기적 형상으로부터 여성의 생식 기관을 구조적으로 은유해 탄생과 소멸의 상태를 교차해 시각화했죠. ‘밀크앤허니’ 시리즈는 중력에 따라 흐르고 처지는 패브릭의 곡선과 여성의 가슴, 노화하는 피부, 날개를 펴고 상승하는 박쥐와 같이 충돌하는 이미지를 중복시키며 내러티브를 확장합니다.

우한나, <블리딩7>, 2023, 패브릭, 솜, 비즈, 와이어, 50 x 400 x 400 cm. 사진: 이의록.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3.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불완전함 속에서 중심을 찾아가는 몸의 태도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 완벽을 향해 균형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 살지만, 사실 현실은 늘 위태롭고 균열과 붕괴로 가득하죠. <품새>는 이러한 무너짐과 결핍,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롯이 수용하면서 다시 중심으로 나아가는 ‘몸의 힘’을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보여줍니다. 완벽의 환상에 매달리는 대신 스스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려는 몸짓과 그 속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힘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죠. 불안한 나날 속에도 끊임없이 움트는 생명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날, 우한나 작가의 <품새>를 방문해 보세요.

아티스트 제공, 사진 : 이승헌.

우한나 개인전 <품새 POOMSAE>
기간 2025년 8월 27일(수) – 9월 27일(토)
장소 지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48 지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