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소녀와 요염한 여성. 그 사이의 아름다움 코케트(Coquette).
이번 시즌, 리본을 빼놓고 트렌드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발레 코어의 리본이 트렌드를 점령했다면 올해는 코케트 코어의 리본이 SNS를 가득 채웠죠. ‘Coquette’는 사전적으로 ‘요염한 여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현재의 코케트 스타일은 부드러운 소녀의 감성이 묻어나는 무드를 뜻하는데요. 언뜻 보면 바비 코어나 발레 코어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더욱 몽환적이고, 로맨틱한 무드가 강조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뜻을 달리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새틴처럼 얇고 부드러운 소재와 파스텔 컬러를 주로 사용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담긴 진주와 퍼프 소매 디테일이 돋보인다는 점이죠.
모든 유행이 그렇듯 갑자기 등장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과거 다양한 브랜드들이 이미 여러 번 코케트 스타일을 보여왔어요. 1987년 끌로에의 S/S RTW 쇼에서 선보인 코르셋 원피스를 보세요. 잘록한 허리선과 대비되는 풍성한 실루엣이 매력적인 화이트 컬러 원피스는 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원피스를 동경하던 어린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죠. 여기에 얇은 리본으로 스커트 앞단을 걷어 올린 마틴 싯봉(Martin Sitbon)만의 디자인은 섹슈얼한 무드까지 한 방울 가미해 완벽히 ‘코케트’스러운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존 갈리아노의 2019 S/S 컬렉션에서는 잔뜩 부풀어 오른 숄더 퍼프 디테일과 레이스 소재로 연출한 시스루 룩으로 코케트 스타일을 떠올리게 만들었죠. 순수한 소녀와 요염한 여성 사이를 넘나들며 로리타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더욱 몽환적인 무드를 연출해 줍니다.
그리고 2024 S/S를 기점으로 시몬 로샤가 코케트 스타일의 정점에 섰습니다. 코케트 스타일의 상징인 리본은 리몬 로샤의 시그니처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죠. 무려 세 시즌 연속으로 리본 디테일이 등장했거든요. 로맨티시즘의 대명사답게 사랑스러운 튤과 진주, 퍼프 디테일이 돋보이는 디자인에 반투명의 오간자 소재로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 관능적인 아름다움까지 가미해 줍니다.
코케트 스타일이 페미닌한 스타일이라고 해서 시도하기 어려운 스타일은 아닙니다. 단추 대신 얇은 리본이 달린 코펜하겐 셔츠 하나만 있어도 로맨틱한 코케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요. 여기에 비키 몬타나리처럼 악세서리에 포인트를 준다면 보다 세련된 스타일이 완성될 겁니다. 리본과 퍼프 디테일마저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루비린처럼 실키한 소재의 원피스를 활용해 보세요. 주얼리 없이도 몽환적인 소녀의 분위기가 살아나죠. 남은 여름, 코케트 디자인이 가미된 패션 아이템으로 내 안에 있는 어린 소녀의 감성을 깨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