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어떤 문장이 마음에 쏙 와닿았던 순간이 있었는가? 소설 속 한 문장일 수도 있고, 영화 속 대사일 수도 있다. 때론 무심코 흘려들었던 노랫말이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특히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에디터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어떤 문장은 시간을 넘어 마음속에 오래 남고, 때로는 그 문장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통째로 바꿔놓기도 하니까.

그래서였을까? 인터넷 서치를 하다 문장으로 음료를 커스텀해주는 카페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단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니라, 문장을 맛으로 번역해 주는 공간이라니!

그곳은 바로 망원동에 자리한 ‘다다랩(DADA LAB)’. 커피 감별사이자 바리스타, 그리고 출판 작가이기도 한 다다가 운영하는 이곳은, 손님이 적어낸 문장을 바탕으로 칵테일, 차, 커피를 커스텀해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내 기분을, 혹은 내가 사랑하는 문장을 음료로 마신다면 과연 어떤 맛일까?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웠고, 바로 오픈런 예약을 감행했다. 그동안 수많은 핫플 웨이팅을 겪어온 터라, 발 빠른 예약은 필수였다.

메뉴는 다양했지만, 단연 눈길을 끈 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문장 커스텀이었다. 문장 커피, 문장 티, 문장 칵테일, 그리고 문장 답장이라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선호 재료, 피하고 싶은 재료, 도수 조절 등 디테일한 요청도 함께할 수 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에디터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에 이끌려 칵테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물론 낮이었기에 논알코올 버전으로. 어떤 문장을 넣으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좋아하는 노래 가사 한 줄을 적었다.

‘우리의 다정한 그 계절 속에 영원히 함께할 거야.’
— 여자친구, ‘우리의 다정한 계절 속에’ 中

맑고 따뜻한 3월, 이 기분 좋은 순간을 칵테일로 남기고 싶었다. 추가 요청 사항으로는 ‘아이스, 달콤하게, 논알코올’을 기재했다. 지금 나의 기분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단연 ‘달콤함’이니까.

주문을 마치면, 커피 감별사가 문장을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읽어 내려간다. 이곳에서는 문장이 하나의 순간이 되고, 무게와 온도, 질감을 가진 감정으로 재해석된다. 그리고 20여 분 뒤, 드디어 나만의 문장이 칵테일로 등장했다.

잔을 마주한 순간, 시선이 먼저 빛에 머물렀다. 붉은빛을 띠는 칵테일 한 잔. 마치 ‘다정하고도 달콤한 계절’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녹여낸 듯한 색감이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백차 베이스의 은은한 차향이 퍼지고, 모스카텔의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감쌌다. 바닐라와 캐모마일의 부드러움, 체리와 석류의 상큼하면서도 진한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한 문장을 온전히 음미하는 시간. 그야말로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맛’이었다.

다다랩은 공간 자체도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이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면 힙한 무드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내부로 들어서면 책과 아트워크, 포스터가 가득하다. 은은한 조명과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문장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든다.

2층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진다. 다락방처럼 포근한 공간에 책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특히 퀴어 서적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다다랩은 누구나 자신의 문장을 나누고, 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 잔, 한 잔의 이야기가 모여 새로운 문장이 탄생하는 망원 다다랩.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한 문장을 칵테일로 마셔보고 싶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 보길.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5길 17 지하 다다랩
INSTAGRAM @cafedada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