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꼭 멀리 떠나야만 할까? 때로는 익숙한 공간에서 이국적인 감성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일상에 낯섦이 필요할 때, 천천히 감성을 음미하고 싶은 날이라면 서울 골목골목에 숨은 이국적인 플레이스를 찾아가 보길 권한다. 일본과 미국 서부의 감성이 녹아든 카페부터 홍콩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필름 현상소까지. 에디터가 직접 방문해 느낀 생생한 후기를 전한다.

연희동에서 만난 도쿄, 동경책방

언제 가도 느낌 좋은 동네, 연희동. 그 골목 사이에 자리한 동경책방은 일본 여행의 감성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공간이다.

이름부터 도쿄가 떠오르는 이곳은 우드톤 가구와 따뜻한 조명, 다다미로 꾸며진 좌식 공간이 어우러져 마치 료칸에 온 듯한 아늑함을 자아낸다. 벽에는 풍경 사진이 걸려 있고, 책장 위에는 오래된 라디오가, 선반에는 만화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공간 전체에 정갈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스며 있어, 감성을 자연스럽게 자극하는 것이 이곳의 매력.

인기 메뉴는 밀크티, 말차라떼, 그리고 파운드케이크다. 에디터는 고민 끝에 밀크티를 골랐는데,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봄날의 나른함을 깨우듯 입안을 감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비롯한 다양한 도서도 구비돼 있어, 음료 한 잔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기에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7-29 지하1층
INSTAGRAM @dongkyeongchaekbang

영등포 로드트립, 맨홀커피웨스턴책방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바로 맨홀커피웨스턴책방. 미국 서부의 감성을 충실히 재현한 북카페로, 오랜 로드트립 중 잠시 들른 통나무 산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장료를 내고 이용하는 시간제 공간으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머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빈티지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천장까지 닿는 책장과 앤티크한 나침반, 세계지도, 그리고 곳곳에 놓인 그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피는 핸드드립이 기본이다. 에디터 픽은 아인슈페너.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부드러운 크림이 얹어져 오후 시간을 더욱 여유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날씨 좋은 날이라면 루프탑에 마련된 야외 좌석에서 보내는 한나절도 추천하고 싶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27길 24 맨홀커피 웨스턴 책방 1층
INSTAGRAM @manhole_coffee

을지로 속 중경삼림, 망우삼림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을지로. 이곳에는 힙한 도시 감성과 레트로 무드가 밀도 있게 쌓인 공간이 있다. 이름은 대만 8대 절경 중 하나이자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숲’을 의미하는 망우삼림에서 따왔다.

3층에 들어서면 홍콩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부끼는 커튼, LP와 테이블보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필름 현상은 후지와 노리츠 스캐너로 진행되며, 무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언제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캐논을 포함한 다양한 카메라도 전시돼 있어 시선을 끈다.

4층으로 올라가면 ’20세기 인쇄사무실’이라는 이름의 조용한 공간이 나타난다. 오래된 컴퓨터와 오디오가 놓인 이곳은 마치 세상 속에 나 혼자만 남은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직접 찍은 사진을 티셔츠나 에코백에 프린트할 수 있고, 자판기를 통해 밀크티와 콜드브루도 즐길 수 있다.

에디터는 재작년 후쿠오카 여행에서 찍은 풍경 사진을 이곳에서 인화해 봤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었지만, 그 순간의 공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그때의 추억을 사진으로 다시 마주하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08 3층, 4층
INSTAGRAM @mangwoosam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