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주변은 하루 종일 걸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동네입니다. 디자이너들의 아지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부터, 미쉐린 국밥집 안암, 감각을 깨우는 전시 어둠 속의 대화, 설화수의 집과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마지막 PKM 갤러리까지! 안국역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데이트 코스를 소개합니다.

A. 디자이너의 아지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경

미쉐린 빕구르망이 선정한 국밥집 ‘안암’은 요즘 안국역 데이트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인기 맛집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줄을 서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에, ‘테이블링 앱’을 활용해 미리 웨이팅을 걸어두는 게 필수인데요. 입장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를 찾는다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추천합니다. 안암과 도보 1분 거리로 가까울 뿐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들어서면 도심 속에 숨겨진 조용한 정원이 반겨줍니다. 대로변 바로 옆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늑한 이 공간은 유리창을 통해 햇살이 가득 들어와 잠시 쉬어가기에도, 조용히 사색하기에도 완벽한 장소인데요. 정원에는 키치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북 큐레이터 소개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책에 진심이라는 점입니다. 전시 도서들은 현대카드글로벌 북 큐레이터들이 함께 선정했는데요. 뉴욕 현대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 저스틴 맥거크, 그리고 뉴욕 타임즈 에디터 알렉산드라 랭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엄선한 책들이 이곳에 가득합니다. 디자인, 건축,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리스트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죠.

1층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오픈형 공간입니다. 대형 서점이나 카페처럼 붐비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라 오히려 집중이 잘 되죠. 한쪽에는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도 마련돼 있는데요. 직접 캡슐을 내려 마실 수 있어 좋아하는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곁들이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소파나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면, 그 순간만큼은 도시의 소음도 잊게 됩니다.

2층에 올라서면 본격적으로 ‘디자인 전문서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건축, 공공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공간 디자인, 현대 예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도서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관심 있는 분야를 따라 탐색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인테리어는 한국 전통 건축 요소와 미니멀한 모던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 책을 읽는 동안 공간 자체가 주는 에너지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마치 한옥과 현대 갤러리가 결합된 듯한 분위기예요.

#EDITOR’S PICK

첫 번째 EDITOR’S PICK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3층은 사진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에디터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공간 전체를 밝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잔디밭과 고풍스러운 기와, 그리고 서울 도심의 풍경이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작품처럼 느껴지죠. 특히 창가 쪽에 마련된 다락방 같은 작은 벤치 공간은 조용히 책에 몰입하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외부 세계와 분리된 듯한 이 고요함은 책 한 권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되어줍니다.

B. 미쉐린이 사랑한 국밥, 안암

2024년과 2025년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안암’. 국밥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안암’을 추천합니다. 격식 있는 레스토랑의 디쉬를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플레이팅과 이색적인 조합이 돋보이는 이곳은 전통적인 국밥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죠.

#EDITOR’S PICK

대표 메뉴인 ‘안암 국밥’은 맑은 국물의 돼지국밥에 청양고추와 케일로 만든 오일을 더해 산뜻한 풍미를 살렸습니다. 스페인산 듀록 등갈비를 사용해 뼈를 발라 먹는 재미를 주며, 얇게 저민 목살이 국물에 은은한 육향을 더해줍니다. 고수를 더하면 향긋함까지 더해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죠.

EDITOR’S PICK은 이곳의 ‘라임을 곁들인 제육’. 그슬린 돼지 등심과 고수·샬롯 양파 샐러드를 함께 싸 먹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제육과는 또 다른 방식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산뜻하지만 디테일 있는 맛인데요. 데이트 중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메뉴입니다.

C. 여섯 번째 감각을 깨우는 어둠 속의 대화

어둠속의대화 북촌
#EDITOR’S PICK

‘어둠 속의 대화’는 북촌에 왔다면 반드시 방문해보길 권하는 세번째 EDITOR’S PICK 체험형 전시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어둠 속의 대화’는 이 말에 깨달음을 주는 전시입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소리, 촉감, 냄새 등 시각을 제외한 감각만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이머시브 체험 전시로, 관객은 자연스럽게 ‘보는 습관’을 내려놓고 다른 감각들을 하나씩 깨우게 됩니다.

1988년 독일에서 시작돼 전 세계 160여 개 도시를 돌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체험극입니다. 처음엔 낯설지만, 점차 귀가 열리고 손끝이 예민해지고 작은 숨소리조차 깊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찾아오죠.

연인과 이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빛 아래에서는 놓쳤을지도 모를 솔직하고 섬세한 이야기로 가득할 겁니다.

D. 양옥과 한옥의 절묘한 조화! 설화수의 집(오설록 티하우스)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의 양옥을 하나로 연결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낸 설화수의 집(오설록 티하우스)는 그 자체로 시간의 미감을 품고 있습니다.

두 건물을 가로막고 있던 축대를 허물고, 그 사이에 열린 중정을 만들어냈는데요. 이 과감한 설계를 통해 동서양의 건축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머무는 이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전통을 사랑하는 감각적인 여성의 집을 꾸미듯 구성된 공간 곳곳에는 설화수의 미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설화수의 집은 아름다움과 시간의 깊이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죠.

설화수의 집 설화정원을 지나 옆 건물로 발걸음을 옮기면, 차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오설록 티하우스가 펼쳐집니다. ‘녹차 명가’로 잘 알려진 오설록은 이곳에서 찻마루부터 바인 바설록까지, 차의 새로운 문화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다양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어요.

국내 정상급 바텐더들과 협업한 논알코올 티 칵테일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창의적인 티 베리에이션과 오설록 고유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져, 기존의 차 문화와는 다른 감각을 자극하죠.

오설록 티하우스의 발코니에 서면 왼편으로는 고즈넉한 한옥과 돌담이 이어지는 가회동 백인제가옥, 오른편으로는 서울 도심의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요. 이 두 풍경 사이에서, 앞서 어둠 속의 대화 전시에서 마주했던 감정과 감각을 함께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E. 안국역 필수 코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5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립니다.

일상과 기억, 상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모습을 거대한 크기로 표현하는 론 뮤익은 사실적인 디테일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유명한데요. 해부학적 정교함은 물론, 인물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그의 조각은 보는 이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인 만큼, 미술관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꼭 들러볼 만한 전시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들렀다면 전시만 보고 나오기엔 아쉽죠. 꼭 들러야 할 또 하나의 공간, 바로 미술가게입니다. 이곳에서는 전시를 기념할 수 있는 특별한 굿즈부터 미술관이 직접 제작한 감각적인 소품들, 작가들의 아트 프린트와 전시 도록 등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아이템들을 만날 수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경 및 테라로사 카페

국립현대미술관을 천천히 둘러본 뒤, 감상 여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내부에 자리한 테라로사 커피를 추천합니다. 전시에 대한 인상 깊은 생각을 함께 나누기에 제격인 공간인데요. 이곳의 시그니처는 핸드드립 커피로 깊고 섬세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F. 여기서 고백하면 성공율 100%, PKM 갤러리(PKM 가든)

PKM 갤러리에서 4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팝 아티스트 샘바이펜의 개인전 LAZY가 열립니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작가의 이번 전시는 현대인의 심리를 ‘게으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며, 유쾌한 상상력으로 완성한 신작 회화 18점을 선보이는데요. 작가의 대표 캐릭터 ‘시한폭탄맨’을 중심으로, 우리가 느끼는 무기력함과 피로, 회피 본능 등을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샘바이펜은 유명 브랜드 로고, 만화, 영화 속 장면, 인터넷 밈 등 대중문화 이미지를 유쾌하게 비틀며 ‘모두를 위한 예술’을 지향해 온 작가입니다. 고전 명화 속에 심슨 가족이나 포켓몬, 꼬마유령 캐스퍼가 스며든 듯한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낯설지만 친숙한 재미를 전하죠. 전시장 한편에서는 작가의 그래픽을 활용한 굿즈와 전시 주제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도 순차적으로 공개돼 감상의 폭을 넓혀줍니다.

PKM 갤러리와 청와대 사이,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시선 끝에 하얀 건물이 하나 등장하는데요. 바로 ‘PKM 가든’입니다. 갤러리의 연장선처럼 이어지는 이곳은 전시를 본 뒤 여운을 즐기며 식사하기에 제격인 공간이죠. 조용한 골목 끝에서 만나는 이 하얀 건물은 마치 작은 쉼표처럼 도심 속 여유를 선사합니다.

#EDITOR’S PICK
PKM 가든 전경

마지막 EDITOR’S PICK은 예술 감상의 여운을 이어가는 PKM 가든입니다.

전시장에서 동시대 미술의 위트와 통찰을 만끽했다면, 연인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전시에 대한 여운을 함께 공유해보길. 정원 끝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과 남산 뷰, 그리고 계절에 따라 다르게 스며드는 햇살이 둘만의 분위기를 한층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PKM 가든에 들렀다면 꼭 맛봐야 할 메뉴, 바로 페스츄리 피자입니다. 겹겹이 쌓인 바삭한 페스츄리 위에 풍미 가득한 토핑이 올라간 이 메뉴는 갓 구워낸 듯한 고소한 향부터 이미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입안 가득 퍼지는 바삭함과 촉촉함의 조화는 PKM 가든을 대표하는 시그니처다운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북촌 너머로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며 페스츄리 피자 한 조각을 즐기는 순간은, 그야말로 도심 속에서 찾은 완벽한 쉼표 같은 시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