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버(Alex Carver)의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Effigy)가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열립니다. 전시 제목 ‘Effigy’는 본래 ‘형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어떠한 인물을 상징하는 조각상을 뜻하는데요. 알렉스 카버는 사회적 고통, 정치적 억압, 감정의 잔재를 회화와 영상이라는 매체로 풀어내며, 고통의 형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그의 작업은 기계적 스텐실, 수작업 레이어링, 프로타주, 의료 도면의 차용 등 다양한 회화 기법이 교차하며, 복합적인 구조를 지닙니다. 이러한 형상화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탐색하는 시도로 읽히죠.

Part 1: 지옥과 불, 그리고 스킨 그래프트 메셔

©White Cube

전시의 첫 번째 공간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은 ‘지옥’ 혹은 ‘불’ 시리즈로 구성됩니다. 카버는 화상 치료에 사용되는 피부 이식 기계인 ‘스킨 그래프트 메셔’의 도면을 활용해, 사회와 제도가 바라보는 신체를 회화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는 이 의료 도면을 회화의 구조로 삼아, 신체를 사회적·정치적·형이상학적 맥락에서 고찰하죠.

Part 2: 인간이 없는 풍경

©White Cube

두 번째 전시장에는 인간 형상이 사라진 풍경 시리즈가 전개됩니다. 카버는 작품의 제목인 <Primitive Accumulation>(2025), <All That Is Solid>(2025)에 마르크스주의 텍스트를 인용하며, 시스템 안에서 무력화되는 인간을 은유했는데요. 특히 수술실 공기 여과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은 유동적인 선들은 공기의 시각화를 넘어서, 무균 처리된 통제 사회의 긴장감을 암시합니다. 차분한 화면 속에 숨어 있는 감시와 폭력의 구조는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프로그램은 화이트 큐브 전시 이력이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알렉스 카버의 전시 역시 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요. 올봄 예술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마세요!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기간 4월 25일부터 6월 1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