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그저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 에디터가 여러 번 방문한, 이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찐’ 아지트 두 곳을 소개한다.

꽃과 와인 사이, 누앙스 미묘한 차이

서울에서 가장 바쁜 거리 중 하나인 압구정 로데오를 지나 조금 걸으면, 한적한 청담 골목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 있다. 이름부터 묘한 여운을 남기는 ‘누앙스 미묘한 차이’다.

겉보기엔 카페인지 플라워숍인지 긴가민가하지만, 정답은 둘 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로리스트 최민지가 운영하는 와인 바 ‘누앙스’와 플라워숍 ‘블레스유플라워’가 하나의 세계처럼 공존하는 복합 공간이다. 블레스유플라워에서는 플라워 레슨까지 진행하고 있어 언제나 분주한 것이 특징.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부터 한 템포 쉬어 가려고 방문하는 이들까지 이곳의 방문객은 다양하다.

누앙스는 와인과 뱅쇼, 커피, 디저트, 식사 메뉴까지 갖춘 카페 겸 와인바이기도 하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큼지막한 소시지가 함께 나오는 김치볶음밥. 익숙한 맛이지만 재료의 조화가 인상 깊다. 식사 후에는 달달한 밀크티와 아포카토로 여운을 즐겨보길.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이번 달에도 수고한 나’를 위한 보상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다.

누앙스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비 오는 날 방문해 보자.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비와 식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현실과 유리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힐링이 필요한 날에 유독 떠오르는 장소다.

INSTAGRAM @nuance_kr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2길 7 1층

고즈넉한 서촌의 시간, 카페 베란다

서촌에 들를 때마다 찾게 되는 카페 베란다. 주말에는 웨이팅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평일에는 비교적 한적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입구부터 단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베란다는 낮은 조도의 조명과 따뜻한 나무의 질감, 그리고 책장 가득한 책들이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을 준다. 소설책, 오래된 교과서, 에세이 등 다양한 책들이 놓여 있는데, 어느 하나도 인위적으로 꾸민 느낌 없이 진짜누군가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누군가의 안락한 서재 같기도 하고, 오래된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공간 곳곳에는 오일 페인트로 그려진 그림과 감성적인 사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뉴판 역시 손 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어, 음료를 고르는 순간조차 이 공간의 감성에 빠져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특별한 공간은 바로 테라스다. 초여름의 햇살이 부드럽게 닿는 맑은 날에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흐리고 비 오는 날의 테라스를 더 좋아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무들과 고요한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잔잔하다. 요란한 대화가 필요 없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그런 장소다.

추천 음료는 여름의 분위기와 찰떡인 바질 토마토 에이드. 톡 쏘는 산미와 허브의 향이 더해져 기분이 환기된다. 베란다만의 레시피로 만든 비엔나커피와 카페라떼도 부드럽고 진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INSTAGRAM @veranda_seoul
주소 서울 종로구 사직로10길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