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단기 여행지로 손꼽히는 일본 후쿠오카. 하지만 요즘은 후쿠오카 도심만으로는 아쉬움을 느끼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쇼핑과 라멘으로 채워졌던 여행 루트에 이제는 한 끗 다른 감성을 더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데요.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모지코시모노세키입니다. 후쿠오카 근교 소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에디터가 추천하는 여행 루트를 꼭 기억해 두세요!

모지코, 시간이 멈춘 듯한 항구 도시

큐슈 최북단, 기타큐슈시의 끝자락에 자리한 모지코는 단정하고 조용한 항구 도시입니다. 19세기 무렵, 모지코는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국제 무역항으로 크게 번성했는데요. 일본에 처음으로 바나나를 들여온 곳도 바로 이 모지항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거리 곳곳에서 바나나 모양 동상이나 관련 기념품 가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모지코 레트로’입니다. 붉은 벽돌의 구 모지 세관, 서양식 목조건물인 구 미쓰이 클럽, 다롄 우호 기념관, 구 오사카 쇼센 빌딩 등 근대 건축물들이 레트로 감성으로 잘 보존돼 있어, 마치 과거 한복판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드는데요. 푸른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우는 모지항 레트로 전망실에 오르면 그 풍경은 더욱 완벽해집니다. 103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간몬 해협의 전경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거예요.

또 하나의 필수 코스는 바로 야끼카레 맛집 ‘프린세스 피피’인데요. 짭짤한 명란 카레로 유명한 곳으로,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 사이에서도 늘 웨이팅이 끊이지 않는 맛집입니다. 올여름 모지코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도전해 보세요!

시모노세키, 바다 위의 미식 산책

모지코 건너편에 위치한 시모노세키는 혼슈 섬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입니다. 이곳의 대표 명소는 단연 가라토 시장.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어시장 중 하나로, 아침마다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이 활기차게 거래되는데요. 이곳에서는 즉석 스시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으며, 간단히 테이크아웃해 바닷가 벤치에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죠. 시모노세키는 일본 최대의 복어 생산지이기도 한데요. 복어 사시미는 물론, 튀김, 전골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으니 현지 복요리 전문점에서의 한 끼는 꼭 추천드립니다.

가라토 시장을 다 구경했다면, 건너편에 자리한 카메야마 하치만구 신사도 함께 들러보세요. 85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신사로, 섬 모양이 거북이를 닮아 ‘거북이 신사’라는 이름이 붙었죠. 신사 내부에는 복어 모양 동상 또한 자리하고 있어 시모노세키의 정체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줍니다.

시간과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시모노세키 인근의 쓰노시마를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본섬과 작은 섬을 연결하는 쓰노시마 대교는 드넓은 바다 위로 곧게 뻗은 아름다운 길로, 영화나 CF에도 간간히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입니다. 운전대를 잡고 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치 하늘 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죠. 다리 끝에 있는 쓰노시마 등대도 인상적이에요. 등대 내부의 105계단을 올라가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장대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고요한 수평선 위로 스치는 바람이 여행의 끝을 장식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