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연말의 복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하게 머무르기 좋은 전시 세 곳을 소개합니다.

아카리 조명: 빛과 공간, 그리고 경험

11월, 삼각지역 부근 춘일가옥에서 특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래된 목조 구조와 낮은 지붕, 시간의 결이 남아 있는 공간이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조명을 만나며 새로운 분위기를 품게 되는 순간이죠. 1951년에 시작된 아카리 시리즈는 뽕나무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접이식 램프로, 불이 꺼져 있을 때는 단정한 종이 오브제처럼 보이다가도 불이 켜지면 주변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며 노구치가 말한 ‘빛의 조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이번 전시는 낮에 방문해도 충분히 매력적인데요. 자연광 아래서 종이의 질감과 곡선, 그리고 공간과의 조화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전시 기간에는 고요 블렌딩 티 테이스팅과 명상 드로잉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됩니다. 조용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입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길 10 춘일가옥
기간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Knoll: About Modern

가로수길에 새롭게 문을 연 ‘공원디파트먼트’는 음악을 듣듯 편하게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합니다. 이곳의 첫 기획전 <Knoll: About Modern>은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인 놀(Knoll)의 역사와 변화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데요. 플로렌스 놀, 미스 반 데어 로에, 에로 사리넨 등 디자인 거장들의 오리지널 가구를 실제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공간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잘 맞는 전시예요.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가로수길 49-1
기간 11월 10일부터 12월 14일까지

By your side – 스텔라 & 쏘나타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모델 쏘나타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기념해 문화공간 피크닉(piknic)에서는 쏘나타의 전신 모델인 스텔라와 함께해온 시간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이곳의 야외 공간에는 복원된 스페셜 모델 ‘스텔라 88’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자동차 지정을 기념해 출시된 차량으로, 당시 의전용으로도 사용됐던 모델이죠. 40여 년 만에 다시 복원된 이 차량은 그 시대의 기술과 디자인, 자동차를 둘러싼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낸 상징적 존재입니다.

온실 공간으로 이어지는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초창기 카탈로그와 광고 이미지, 주요 순간을 기록한 사진, 연구·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를 통해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세밀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기록,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함께 어우러진 전시라 누구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piknic 온실 공간
기간 2025년 9월 25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