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속에서 꾸준히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다뤄 온 미우미우. 11월 21일 상하이 전시센터 서관에서 열린 <미우미우 문학 클럽>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데요. 세 명의 여성 작가를 통해 ‘소녀 시절’, ‘사랑’, ‘교육’이라는 주제를 조명하며, 그 동안 여성에게 부과되어 온 규범과 그 경계를 넘어서는 목소리를 함께 탐구했습니다.


미우미우 문학 클럽은 여성 문학과 예술을 장려하기 위한 문화 프로젝트인데요. 2024년 4월 열린 첫 행사 <Writing Life>에서는 이탈리아 페미니스트 작가 시빌라 알레라모와 알바 데 체스페데스의 작품을 재조명한 바 있죠. 이번 <A Woman’s Educationo>는 두 번째 프로젝트로, 여성이 세계를 인식해 나가는 과정을 동아시아 문학의 맥락 속에서 다시 풀어냈습니다. 행사 당일 상하이 전시센터에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늦은 오후까지 대담이 이어졌고, 여성의 내면과 경험, 그리고 억압에 대한 저항을 깊이 있게 다뤘어요.
시몬 드 보부아르: 자각의 힘


첫 번째 세션에서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소설 <둘도 없는 사이(The Inseparables)>를 중심으로 담론이 펼쳐졌습니다. 1954년에 집필되었으나 생전 출간되지 못하고, 2020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공개된 작품인데요.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자각과 그 곁을 지키는 우정의 중요성을 섬세하게 그렸습니다.
번역가이자 문학 연구자인 차오 둥쉬에, 상하이 문학연구소 소장 위안 샤오이, 중국 현대문학 연구자 장 핑진이 참여해 ‘소녀’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여성 간 우정과 자기 인식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토론했어요. 철학적 텍스트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려내며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시간이었죠. 보부아르는 <둘도 없는 사이> 외에도 <제2의 성>, <얌전한 처녀의 회상>, <타인의 피>, <모든 인간은 죽는다> 등 다양한 작품을 남기며 철학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엔치 후미코: 사랑과 저항


두 번째 세션에서는 엔치 후미코의 <기다림의 세월(The Waiting Years)>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 토모는 고위 정치인인 남편을 위해 직접 후궁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감정을 억누른 채 남성 중심 사회의 권력 구조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엔치 후미코는 이러한 젠더, 섹슈얼리티, 가부장적 억압을 세심하게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전통극 요소와 심리학적 통찰을 결합해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왔으며, 노마 문학상을 수상한 <기다림의 세월> 역시 권위에 균열을 내는 여성의 모습을 정교하게 담아냅니다. 대담에는 일본 작가이자 번역가인 요시이 시노부, 상하이 번역 출판사 부편집장 황 위닝, 난징대학교 중문학부 부교수 예 쯔가 참여해 여성의 감정과 욕망, 일상의 권력관계가 문학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폭넓게 이야기했습니다.
장아이링: 성장과 도피


마지막 세션에서는 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장아이링의 반자전적 소설 <The Fall of the Pagoda>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장아이링은 이후 세대 중국어권 여성 작가들에게 꾸준히 영감을 준 인물로, ‘영감의 대모’라는 수식어로 불리죠. 주인공 션 피파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물로, 몰락해 가는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해외 유학을 꿈꾸며 자신을 옥죄는 환경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성장기를 따라가며 여성의 내면세계 형성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섬세하게 비추는데요. 대담에는 말레이시아계 중국인 작가이자 기자 리 즈슈, 편집자이자 장아이링 연구가인 장 시, 현대 소설가 디안이 참여해 장아이링의 미학과 여성 캐릭터 구축 방식이 창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논의했습니다.

행사의 감정선은 문학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미우미우 앰버서더인 리 겅시, 류 하오춘, 자오 진마이가 시와 산문을 낭독하며 문학의 감성을 확장했고, 싱어송라이터이자 브랜드 앰버서더 려위위, 히퍼슨 밴드의 첸 스지앙의 공연은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문화·예술계 인사 600여 명이 참여해 문학을 통한 교류를 함께했어요.




미우미우 문학 클럽은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교차시키며 더 넓은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무대입니다. 상하이에서 이어진 이번 장은 또 다른 무대로 향할 준비를 마쳤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형식의 담론이 새롭게 등장할지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