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바카렐로라는 이름이 아직 생소하다면 주목하는 게 좋겠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총애를 받으며 그녀와 함께 베르수스를 이끌던 그가 다음 시즌부터 생 로랑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약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벨기에 출신으로 과감하고 구조적인 커팅, 섹시한 관능미로 2009년 데뷔와 동시에 패션계에서 이름을 날린 신예. 특정한 주제를 정하는 대신 자유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담았다는 이번 시즌 컬렉션은 그의 주특기를 충분히 살린 아찔하고 날렵한 커팅에 레이스업 디테일, 로큰롤 스피릿이 담긴 거친 웨스턴 디테일과 스포티 무드가 추가됐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쇼 사이사이에 여럿 등장한 턱시도 수트의 변신. 루머가 돌던 생 로랑 하우스 입성을 예고하듯, 소재와 실루엣을 오가며 노련하게 변주한 르 스모킹 재킷을 보니 데뷔 6년 만에 이룬 이 젊은 디자이너의 뜻밖의 행보가 과히 놀랍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