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블루마린이 선사한 로맨티시즘을 살짝 꼬아 재현했어요.” 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안나 몰리나리의 표정이 여느 때보다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단지 예쁘기만 했던 블루마린 쇼에서 쿠튀르를 방불케 할 만큼 정교한 엠브로이더리 장식 가운이며 다채롭게 변형된 퍼 코트, 트위드 와이드 팬츠 등 탐날 만큼 시‘ 크’한 옷들이 곳곳에 포착됐으니까.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쇼엔 레트로 무드가 지배적이고, 잘록한 허리선부터 우아하게 퍼지는 플레어 헴라인까지 1950년대의 매혹적인 실루엣이 넘실댔다. 관전 포인트는? 고혹적인 무드를 한껏 고조시킨 ‘밍크’의 향연. 특히 밑단에 퍼를 곱게 트리밍한 시스루 레이스 드레스는 우아함의 결정체였다. 블루마린 표 레이디라이크 룩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