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핏의 블랙 캐시미어 코트에 플레어 팬츠를 입은 채 니트 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린 제이미 보체트가 우아하게 컬렉션의 오프닝을 열었다. 1970년대 실루엣을 바탕으로 레트로풍 체크무늬와 트위드 소재가 곳곳에 포진하고 1950년대 할머니 옷장을 연상시킬 만큼 빈티지한 분위기가 쇼 전반에 흘렀다. 늘 한결같이 ‘심 플함의 미학’을 전파하는 디자이너답게 토마스 마이어가 변주하는 보테가 베네타 룩은 최고급 소재와 완벽한 커팅에 초점을 맞춘다. 최소라가 입은 레오퍼드 코트며 고운 캐시미어 드레스,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는 조랑말 털 코트 등 탐나는 옷도 넘쳤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가 진부했다는 것이 문제. 좀 더 젊은 감성과 신선한 이미지가 수혈된 보테가 베네타를 기대하는 건 에디터만이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