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아이스버그를 기사회생시킨 알렉시스 마샬과 짝을 이룬 아드리앙 켈로도. 이 둘이 달콤하고 사랑스러웠던 까르벵을 좀 더 모던하고 세련된 방향으로 선회시키긴 했지만 아이스버그에서 보여준 스타일에서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색을 하우스에 빠르고 또 짙게 녹이긴 했지만 그동안 기욤 앙리가 일군 뜨거운 반응과 가파른 상승 곡선에 비하면 미약한 성과가 아닐까. 물론 젊고 어린 여자들이 당장 입고 싶어 할 현실적인 제안은 차고 넘쳤다. 짧고 경쾌한 1960년대 실루엣, 발랄한 스쿨걸 룩을 연상케 하는 니트 터틀넥과 플리츠 미니스커트, 멋스러운 시어링 코트와 큼직한 니트 숄, 크리스털이라고 적힌 깜찍한 문구와 프린트까지. 어떤 룩에선 알리 맥그로가 등장하는 낭만적인 겨울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치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매력적인 레트로 룩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