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라기보단 구조물에 가까웠고, 단순히 패브릭으로 만든 거대한 형상이라고 하기엔 어떤 메시지와 연속성을 띤 작품 같았다. 특히 지난 시즌 블루 팔레트와 대조를 이룬 핑크, 레드, 플라워 프린트는 이 기이하고 전위적인 의상들을 부드럽게 포용하는 역할을 했다. 꽃송이처럼 겹겹이 굽이치는 플라운스 옆으로 갑자기 입체적인 토루소 형태가 덧대지는가 하면, 커다랗게 확장한 코르셋이 엉덩이와 종아리를 오가며 반복됐다. 또 겹겹이 연결된 패턴이 갑옷과 휘장처럼 몸 전체를 감싸거나 관절 인형처럼 나뉘고 결합된 패널들이 팔다리를 통과하기도 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실루엣이 극대화됐다.
잠깐,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프다고? 다행히 이토록 난해하고 실험적인 세계를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패션계에서 점차 사라진 판타지와 모험이 구현된 원더랜드라고 생각하면 보다 흥미롭지 않을까? 분명한 건 꼼데가르송이라는 이 웅대한 패션 하우스에서는 모든 게 상상 이상이라는 것. 그러니 우리는 이 놀라운 패션 천재의 작품을 보고 즐기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