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Fabulous Fantasy’란 문구와 함께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온 돌체 앤 가바나의 초대장은 스토리텔러 기질이 다분한 이 디자이너 듀오의 동화적 상상력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2년 전엔 시칠리아 공주와 중세 기사, 숲 속의 꽃과 나무, 다람쥐와 여우, 부엉이 같은 동식물이 주·조연을 맡았다면 이번엔 월트 디즈니의 <신데렐라> <백설공주> <장난감 병정>같은 익숙한 동화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 블랙 테일러드 수트를 차려입은 프린스 차밍과 퍼프소매의 페일 블루 컬러 드레스를 입은 신데렐라 룩을 시작으로 총 1백여 벌에 달하는 화려한 옷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며 관객을 동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일곱 난쟁이와 장난감 병정, 호박, 샹들리에, 고양이 등 동화 속 장면이 정교한 엠브로이더리로 구현된 스웨터가 일상에서도 사랑받을 만한 옷이었다면 레드와 핑크, 실버 컬러로 구성된 시퀸 드레스 행렬이 이어진 피날레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