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스 반 노튼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컬렉션을 전개하는 상상력 넘치는 스토리텔러다. 그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상속녀 중 한 명이던 마르케사 루이사 카사티, 그리고 그녀와 은밀한 관계를 맺은 문학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를 매개로 ‘데카당스 라이프’를 구현했다. 여기에 타락, 퇴폐, 탐미주의 같은 단어들을 결부시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듯. 젠더리스와 나르시시즘의 요소가 묻어나는 남성적인 턱시도 수트, 치타와 뱀 같은 화려한 애니멀 프린트는 카사티의 팜므 파탈 같은 사생활에서 채집한 소재들이다. 그녀가 값비싼 장식들로 한껏 자신을 치장했던 것처럼 화려한 깃털과 스팽글, 보석 장식도 여과 없이 가미했다. 그렇다면 유미주의 천재 문학가에게서 받은 영감은? 의미심장하게 울린 심장박동 소리와 이어진 이고르 스타라빈스키의 오케스트라 음악들. 그리고 나지막이 울린 단눈치오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