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잔뜩 쌓인 샹들리에, 낡았지만 화려한 가구… 올드 셀프리지스 호텔에 마련된 에뎀의 쇼장은 마치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어느 부유한 저택의 방처럼 꾸며졌다. 이번 시즌 메인 테마인 ‘퇴색한 화려함’을 극적인 무대장치로 표현한 것. “서로 다른 시대에서 조금씩 힌트를 얻었다”는 그의 말처럼 1940년대 스타일의 수트를 비롯해 ‘재즈의 시대’로 불리던 192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 20세기 초반 은막의 스타를 오마주한 룩 등 과거 화려했던 시절의 장면 장면이 눈앞을 스쳐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랑거리는 금빛 프린지, 반짝임을 극대화한 시퀸 드레스, 화려하고 섬세한 레이스 등이 웅장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무대장치와 대비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마치 훌륭한 고전 영화 한 편을 본 듯 긴 여운이 남았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