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옷들은 아주 길어요. 그래서 최대한 심플하게 연출했죠.” 헤어 스타일리스트 카츠야 카모가 귀띔하듯 마치 사슴뿔처럼 혹은 촉수처럼 얇고 길다랗게 꼬고 늘어뜨린 헤어스타일은 하이더 아크만이 올가을 보여주고 싶은 요소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머리 장식에 쓰인 벨벳은 이번 시즌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컬렉션 전반에 부드러운 질감과 화려한 색감을 더한 주인공.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것 같지 않은 그의 엄격하고 날렵한 테일러링은 밀리터리 아이템과 만나거나 라운지웨어가 연상되는 로브 가운이나 파자마 수트로 변형됐다. 여기 타이트한 롱 앤 린 실루엣으로 변주된 슬립웨어를 보시라.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강인한 여자들의 위엄과 낭만이 동시에 묻어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