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소설책을 읽듯 보는 내내 다음 구절, 다음 옷이 기다려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매력의 존 갈리아노 산 메종 마르지엘라 쇼는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클래식의 콜라주라 설명된 컬렉션은 전통과 유산을 해석하는 색다른 접근 방식,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은 마무리가 주가 됐다. 그 속에 밀리터리, 소녀, 만화, SF, 퓨처리즘, 여성성과 남성성, 자연스러움과 색다름, 초현실과 현실을 상징하는 모티프가 교차되거나 충돌했고, 교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커다란 웨스턴 벨트나 뚝 떼어져 가슴선으로 내려온 칼라,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 붙인 네크라인 등 눈을 뗄 수 없는 대담한 디테일도 거침없이 등장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마르지엘라 특유의 어법을 존 갈리아노 식의 유머와 위트로 각색했달까? 하지만 하나둘 떠나가는 골수팬들을 붙잡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