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드 빈센조가 야생의 세계에 눈을 떴다. 오렌지, 퍼플, 그린, 스카이블루 등 종잡을 수 없는 채도의 컬러 간 충돌은 시종일관 두 눈을 짜릿하게 했고, 사이키델릭한 루렉스 코트와 퍼의 행진이 이어졌다. 특히 고양이, 공룡, 여우 등 야생동물이 그려진 인타르시아 페이크 퍼는 마르코 드 빈센조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펜디에서 갈고닦은 위트를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물. 온 거리를 쓸고 다닐 법한 플리츠 팬츠와 한쪽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반투명한 테크노 실크 톱과 스커트는 실로 대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사건은 그가 처음으로 가방을 선보인 게 아닐까. 4개의 금속 장식이 야수의 발톱을 연상시키는 이 컬러풀한 플랩 백이 차세대 잇 백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