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앙리의 세 번째 니나 리치 컬렉션은 지난 시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물론 그가 니나 리치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로미 슈나이더 같은 여성상과 이미지는 충분히 정립됐다. 여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라는 상상으로 시작된 컬렉션은 시스루 오간자, 레이스 슬립 드레스, 낙낙한 남성적인 코트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불 보듯 뻔한 조합은 통속적인 드라마만큼이나 지루했다. 앞서 선보인 쇼에서 과감한 색감과 소재 플레이가 눈길을 모았다면 이번엔 관능적인 벨벳 드레스와 만난 스포티한 저지 점퍼 정도가 독특했다. 파리의 낭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충분히 로맨틱하고 섹슈얼했지만, 이미 옷장에 멋스러운 매니시 코트나 섹시한 시퀸 드레스를 갖춘 사람에게 그다지 흥미로운 요소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