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고, 또 편할 수 있을까? 줄리앙 도세나는 이 알쏭달쏭한 물음에 꽤 적절한 해답을 제시했다. 공상과학적인 미래주의가 주도하던 파코라반을 동시대 여자들이 당장 입고 싶어 하는 멋진 옷으로 기사회생시켰으니까 말이다. 더 이상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오른팔이던 그의 전력을 논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만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비전을 하우스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콘브라와 화이트 탱크톱, 골반에 걸쳐 입은 남성적인 와이드 팬츠가 어우러진 쿨한 오프닝 룩을 시작으로 니트와 모피, 패딩과 금속, 플라스틱 지퍼처럼 이질적인 소재를 노련하게 병치하거나 일본에서 영감 받은 벚꽃, 호랑이 같은 동양적인 프린트와 자수를 세련되게 뒤섞었다. 과거 기하학적인 유닛을 반복하고 현대 산업사회의 핵심 재료를 차용하던 파코라반의 전통을 감안하면 하우스의 코드를 요즘 입맛에 딱 맞게 조리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