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스미스 경이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걸까?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컬렉션의 큰 틀을 정했다. 특히 자신의 1970~80년대 디자인에 등장했던 코드인 당대의 ‘핸섬 우먼’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자기 아내의 옷장에서 얻은 영감을 기본 재료로 컬렉션을 꾸렸다고. 또, 1982년의 한 사진에서 힌트를 얻은 사과 모티프를 다양한 기법으로 컬렉션 곳곳에 배치해 키치한 감성을 더했다. 하지만 젊고 에너제틱한 감각으로 무장한 피스들이 등장한 컬렉션 초반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30~4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드는 고루한 의상들이 자꾸 눈에 띈 것은 무척 아쉬운 부분. 자신이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앞을 내다보는 시도도 멈추지 말아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