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종말’을 주제로 구축한 이번 시즌 릭 오웬스의 컬렉션은 어두운 주제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불규칙적으로 얽히고설킨 드레이핑, 극적으로 과장되고 왜곡된 실루엣은 가히 충격적. 모헤어로 만들었다는 솜사탕 같은 커다란 헤어스타일의 모델들이 등장했을 땐 혹여 무대 기둥에 머리를 부딪히진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그의 골수팬이라면 이 난해한 컬렉션에서도 이번 가을과 겨울에 입고 싶은 옷들을 쏙쏙 골라내지 않았을까? 그 위시리스트엔 밑단에 이질적인 소재로 비대칭 주름과 볼륨을 더한 울 테일러드 코트나 용암이 줄줄 흘러내리는 듯한 프린트의 아우터, 부드러운 모피 튜브톱 드레스 등이 포함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