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의 시작과 함께 화사하고 샤방샤방한 룩이 계속 등장하자 ‘사이먼 로샤가 엄마가 된 후,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쇼의 중반부를 지나자 그녀의 전매특허 ‘다크 로맨티시즘’이 더욱 과감한 볼륨과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채 무대를 장악한 것. 시어한 드레스, 어딘가 낡아 보이는 트위드 아이템, 반짝거리는 소재와 디테일, 몸을 속박하는 아방가르드한 실루엣, 볼륨감 있는 소매의 코트 등이 줄지어 등장했다. 쇼가 열린 랭커스터 하우스가 과거 귀족들의 집으로 사용된 공간이었기 때문일까?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빅토리안 시대의 망령이 런웨이를 걷고 있는 듯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