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시작되자 존 케이지의 아름다운 피아노 곡이 연주됐고 이어 우아한 발레리나들이 사뿐히 걸어 나왔다. 삶과 예술이 신체적인 행위를 통해 서로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디자이너 듀오의 말처럼 이번 발렌티노 컬렉션은 관객이 발레와 음악을 매개로 순간의 충만한 감정에 집중하길 바라는 듯 보였다.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캐롤 아미티지, 마사 그레이엄, 머스 커닝햄에게서 영감 받은, 러시아 발레와 뉴욕 발레를 오가는 듯한 다양한 모습의 발레리나들이 등장했으니까. 플로럴 프린트 튀튀, 살결이 비치는 시폰 톱, 재해석된 발레 슈즈와 매치된 플레어 스커트, 부드럽게 드레이핑된 저지 드레스, 펑키한 밀리터리 코트 등 그야말로 발레리나 룩의 집대성 본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