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열렬한 광신도를 둔 패션 신흥 종교가 있다면 그 이름은
베트멍이다. 파리 하늘이 어둑해지자 관객은 초대장에 동봉된 검붉은 색 조화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시내의 한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불과 1~2년 만에 패션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존재가 된 뎀나 바잘리아는 이번 시즌 더 깊고 어두운 세계로 신도들을 인도했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일반인 모델들은 이상하리만큼 어깨가 크고 각지거나 혹은 매우 작은 어깨의 옷을 입고 재빠르게 무대를 거닐었다. 교복을 연상시키는 재킷과 스커트부터 트렌치코트, 스웨트 후디, 항공 점퍼, 빈티지풍 꽃무늬 원피스 등등. 누구나 한 벌쯤 가지고 있을 법한 친숙한 옷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모습이다. 한 인터뷰에서 뎀나가 “그저 옷을 입는 어떤 태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듯 이 모든 걸 지나치게 심오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 막강한 패션 컬렉티브가 제시하는 신선한 신념과 태도를 함께 즐기면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