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이번 쇼의 프로그램 노트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자필 메시지를 전했다. 이쯤 되면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레이블이라기보다 영국에서 제일 스타일리시한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하고 싶을 정도. 그녀의 런웨이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지금껏 줄곧 밀고 있는 다양한 체크무늬의 비대칭 드레이프 드레스가 어김없이 등장했는데,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니시한 오버사이즈 수트와 아이들의 스케치북을 스캔한 듯한 낙서 프린트, 패치워크한 듯 오려 붙인 형형색색의 복잡한 프린트 정도. 그저 백발의 비비안 여사가 아직 정정하고 열정 넘친다는 사실을 피날레 무대에서 확인한 데 만족해야 했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