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단같이 새까만 머리, 얼굴에 검은 선을 그은 게이샤 같은 모델들이 등장하자 관객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손이 반응할 만큼 강렬했다는 증거다. 반면 룩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전개됐다. ‘뺄셈’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색과 디테일을 비롯한 많은 것을 덜어낸 모습. 그렇다고 결코 미니멀하거나 심플한 건 아니다. 흰색과 검은색을 주조로 비대칭과 대비, 해체적 재구성이 담긴 아방가르드도 즐겼다. 게다가 흰색 페인트와 석고를 거칠게 붓칠해 독특한 질감을 더하는가 하면,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I will be back soon’이라는 메시지도 적었다. 그의 고요한 외침처럼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