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림이 로맨티시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했다. 핫핑크와 오렌지 컬러가 가득한, 마치 현대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무대부터 이색적이었다. 딸기 우유 빛 테일러드 코트와 함께 시작된 쇼는 블랙, 화이트, 블루, 퍼플, 캐멀, 그레이 등의 컬러 팔레트로 이어졌는데, 비비드한 색상의 무대장치와 어우러지거나 대비를 이루며 아티스틱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필립 림은 압도적인 색감 외에도 여성성을 상징하는 고전적인 요소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실키한 소재의 티셔츠 소매를 무심하게 말아 올리고,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대신 페이퍼백 웨이스트 팬츠 같은 넉넉한 실루엣을 선택했다. 또 피시넷 소재의 과감한 레이어링, 볼드한 체인 벨트, 메탈 링, 드로스트링, 그래픽적인 이어링 등을 가미해 러플이나 레이스가 주는 로맨틱한 무드를 비틀어 표현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현대 여성이 입맛을 다실 만한 흥미로운 룩이 대거 등장했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