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을 앞둔 쿠신 에 오치스의 디자이너 듀오는 자신들의 시작점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초창기 자신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은 대상인 예술을 다시금 되짚어보는 것. 이번 시즌에는 부서진 유리 조각으로 만든 아티스트 로버트 스미슨의 작품에 주목했다. 쇼의 중심을 이룬 요소는 클린한 실루엣과 매끈한 컷아웃. 특히 흐르는 듯한 셰이프의 슬립 드레스나, 탄성 있는 소재의 보디 콘셔스 드레스는 여성의 신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물론 어깨가 트인 니트웨어 시리즈, 작은 반점이 있는 래빗 퍼 코트, 날렵한 실루엣의 블레이저 재킷, 걸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플레어 팬츠 등의 아이템 역시 하나하나 매혹적이었다. 블랙 앤 화이트, 네이비, 아이시 블루 같은 차가운 컬러 팔레트에 레몬색, 살구색 같은 소프트한 색감으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고, 후반부에선 볼드한 삼각형 시퀸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The Future is Female’이 흘러나온 피날레 무대는 그들이 이번 쇼에서 보여주고자 한 여성상을 다시금 일깨운 시간. 관능미와 강인함을 모두 갖춘 여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