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지식이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셉 폰트의 이력이 유독 빛을 발한 쇼였다. 이번 시즌 그는 구조적인 실루엣과 아티스틱한 패턴, 차분한 듯 생동감 넘치는 컬러에 집중했다. 보디라인을 왜곡하는 대담한 볼륨은 머리를 단단히 감싼 헤드피스, 스타킹처럼 몸에 꼭 맞는 터틀넥 톱과 대비를 이뤄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흥미로운 장치로 사용된 라인과 커팅은 스위스의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막스 빌에게 영감 받은 것. 코발트블루, 앰버, 버건디, 딥 그린 등 컬렉션 전반에 깔린 어둡고 고요한 색채는 헝가리 화가 요제프 리플 로너이의 작품이 힌트가 됐다. 이처럼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컬렉션은 섬세한 쿠튀르 디테일을 곳곳에 배치하자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특히 오간자 스커트 사이에서 싱그러운 들꽃 자수와 큼직한 시퀸 플라워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피날레 드레스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