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적인 요소를 죄악이라 여긴 체코 건축가 아돌프 루스(Adolf Loos)의 건축물이 컬렉션의 근간을 이루었다. 그만큼 프린트나 패턴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볼륨과 구조를 다듬는 데도 절제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컬러와 소재에서는 예외를 둔 점이 눈에 띈다. 차분한 그레이 컬러 팔레트에 그린과 오렌지 컬러를 덧대거나 코튼 셔츠에 청키한 니트 스웨터, 울 퍼프 재킷을 겹겹이 레이어드하는 식으로 재미를 준 것. 그야말로 세련된 여자들이 당장 탐낼 법한 아이템과 스타일링으로 가득한 무대였다. 특히 가죽 벨트 틈으로 셔츠 자락을 끼워 넣거나 큼직한 오버사이즈 코트에 헐렁한 체크 팬츠를 매치한 룩은 선선한 계절이 어서 돌아오길 바랄 만큼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