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스캇의 쇼에서 단순함이나 섬세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대신 그의 무대에는 그 누구보다 많은 상징과 패러디, 재미와 파격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여기에 정치적 목소리까지 추가했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와 달리 극단적이고 사차원적인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이번 쇼가 여성, 이민자, 성적 취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반대하는 제레미 스캇만의 시위인 것은 분명했다. 다양한 그리스도 모티프로 구원자의 모습을 표현했고, 미국의 역사에 경의를 표했다. 또 히피 무드로 1960년대 반체제 문화와 혁명을 상기시켰으며, 독특한 헤드피스를 사용해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복잡하고 산만한 런웨이의 피날레를 장식한 메시지는 스텔라 맥스웰이 입은 시퀸 톱에 써 있던 문구, A‘ s seen on TV’. 지금까지 당신이 본 화려함은 쇼를 위한 겉모습일 뿐이니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쇼장의 모든 스태프가 우‘ 리의 목소리만이 미국을 보호할 수 있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만 봐도, 제레미 스캇이 얼마나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지 알아챌 수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