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열린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 들어선 관객들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백 개의 전구로 화려하게 연출했던 지난 시즌과 정반대로, 거대한 홀 안에 의자를 서로 마주 보게 두 줄로 늘어놓은 것이 무대의 전부였던 것. 관객들은 쇼가 시작된다는 신호도 음악도 조명도 없이 정적 속에서 뚜벅뚜벅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의 모습만을 지켜볼 뿐이었다(심지어 포토그래퍼들의 셔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무대연출뿐 아니라 의상의 분위기도 백팔십도 달라졌다. 다소 과하고 요란했던 지난 시즌의 컬러를 모두 지워낸, 차분하고 따뜻한 뉴트럴 컬러로 런웨이를 물들인 것.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힙합 에볼루션>을 보고 영감을 받은 그는 이번 쇼의 타이틀을 ‘리스펙트’ 라고 명명했다. 유스 컬처의 바탕인 스트리트 스타일에 경의를 표했다고 할까. 마치 캐주얼웨어와 워크웨어를 얼마나 고급스럽고 세련된 애티튜드로 풀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무대 같았다. 실내를 벗어나 거리로 이어진 피날레까지, 마크 제이콥스의 새로운 도전과 주제의식이 유독 빛난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