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의 오프닝을 알린 벨라 하디드의 벌키한 케이블 니트 코트부터 미끄러지듯 보디라인을 타고 흐르는 주름 장식 실크 드레스, 부드러움과 강함이 조화를 이룬 팬츠 수트, 사치스러운 모피, 화려한 프린지 장식, 은은하게 반짝이는 고혹적인 시스루 드레스까지…. 프라발 구룽의 컬렉션은 여자들의 마음을 빼앗을 장치로 가득했다. 실용적이면서 화려하고,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이라고 할까. 하지만 정작 관객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낸 건, 피날레에 등장한 슬로건 티셔츠였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과 체격을 지닌 모델 군단이 ‘The future is female’, ‘We will not be silenced’ 등의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의미심장한 피날레를 연출한 것(그 역시 ‘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성차별과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사건들에 반대하는 디자이너의 메시지였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 비틀스의 ‘Imagine’도 감동적인 분위기에 한몫했다.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는 뉴욕패션위크 내내 끊임없이 들려왔지만, 그가 디자이너로서 가장 강력한 한 방을 날린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