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릭 오웬스는 이번에도 지구온난화 현상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은 컬렉션을 구상했다. 단 ‘즉흥적 세리머니(Improvised Ceremony)’란 슬로건을 내걸어 나름 (!)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쇼라는 점이 독특했다. 매 시즌 독창적이다 못해 기괴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디자이너의 이번 시즌 야심작은 헤드기어. 스웨트셔츠의 긴 소매를 리폼한 헤드피스를 쓴 탓에 모델들이 뒤뚱거리며 걷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길고 가는 실루엣을 기반으로 올록볼록한 퍼프 다운 재킷, 앞뒤를 뒤집어 입은 듯한 스웨터, 다양한 소재를 패치워크한 케이프 등 브랜드의 DNA를 반영한 룩 또한 눈에 띄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두가 불규칙적으로 커팅됐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레이어드됐다는 것. 올리브그린, 그레이, 더스티 로즈 등 부드럽게 톤 다운된 컬러 팔레트 또한 매력적이었다. 하이브리드 스니커즈 부츠 외에 구매욕을 자극하는 제품은 없었지만 뭐 어떤가. 릭 오웬스에게 대중성을 기대하는 사람은 몇 없을 테니까. 그만의 정체성을 이토록 완고하게 지켜나가는 모습 자체가 쿨해 보이는 건 나만이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