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맥퀸의 정원에는 봄이 완연했다. “우리는 영국다운 것에 몰두했습니다. 정원에 머물거나 자연에서 치유받는 행위 말이에요.” 사라 버튼과 그녀의 팀원들은 이스트서식스(East Sussex)에 머물며 영감을 받았다. 해체적인 트렌치코트 아래로 보이는 이너 드레스에는 꽃이 가득했고, 밝은색 패브릭은 사랑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알렉산더 맥퀸의 쇼에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붙는 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맥퀸의 쇼에 자연과 같이 긍정적인 모티프가 담긴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관객은 늘 맥퀸 생전의 어둡고 웅장한 분위기를 그리워했으며, 사라 버튼은 최선을 다해 그 요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해왔다. 이제 어둡고 독창적이며 아름답까지 한 이 쇼를 통해 깨달을 때다. 사라 버튼 식의, 새로운 맥퀸을 받아들일 때가 왔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