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크론탈러는 이번 시즌 역시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국가’라는 커다란 주제에서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지방의 농장과 동물 등 그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모티프로 시선을 돌렸다는 점. 자연적인 프린트로 완성한 그의 쇼피스에는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에 몰두한 나머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이어나가는 일에는 소홀했던 걸까? 해체주의적 패턴, 입체적인 실루엣, 실험적인 소재 등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상징하는 요소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의미 없이 목에 두른 듯한 포장용 완충제만이 그 씁쓸한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