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엄청난 무대를 연출하며 컬렉션장을 어떻게 변신시킬지 기대하는 것이 샤넬 쇼의 묘미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칼 라거펠트는 이번 시즌 자연으로 눈을 돌려 거대한 파리 그랑 팔레에 남프랑스의 협곡 조르주 뒤 베르동을 그대로 옮겨놨다. 쇼장에 들어서자 아찔한 높이의 계곡과 사방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압도돼 실제로 깊은 계곡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칼 라거펠트는 폭포와 물안개, 빛과 물이 만드는 반짝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하고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다. 알루미늄 선으로 직조한 트위드를 비롯해 크링클 가공을 한 실크, 시폰 등을 사용해 완벽한 크래프트맨십을 선보였는데, 그중 특히 투명한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다. 방수가 되는 투명한 케이프, 레인 부츠, 사이하이 부츠, 쇼퍼백 등 PVC 소재와 물방울 같은 투명한 크리스털 액세서리에서 거장의 위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