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부터 파리 컬렉션 기간에 선보인 캡슐 라인인 ‘라 컬렉션 메멘토 넘버 2’는 파리의 낡은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됐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들어서자 외관과 달리 쇼장을 일본으로 옮겨놓은 듯 기모노를 입은 스태프와 일본식으로 차린 케이터링이 관객을 반겼고, 약 90분간 전통 공연 ‘가구라’가 펼쳐졌다. 거대한 용 인형이 늘어선 무대를 가로질러 등장한 모델들은 기모노의 디테일을 본뜬 랩스커트를 입고 나막신을 재해석한 젤리 슈즈를 신은 모습이었다. 겐조의 이번 컬렉션은 전체 룩의 30퍼센트를 데님으로 구성해 브랜드의 초창기를 떠올리게 했고, 일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데님 룩은 하나같이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다. 동양 프레스들에게 일본 전통 공연이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데님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은 디자이너들의 능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