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크라 자라르의 천하는 두 시즌 만에 끝났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쿠튀르 하우스의 왕좌는 올리비에 라피두스의 손에 쥐여졌으며, 세간의 이목은 당연히 그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쇼는 평범했다. 드레스는 대부분 기본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태였고, 그가 야심차게 기획한 로고 패턴은 다소 올드한 인상을 주었으며, 끝자락이 휘날리는 맥시 드레스는 아름다웠으나 이미 브랜드의 아카이브에서 수없이 보아온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부임 후 짧은 기간에 컬렉션을 완성해야 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던 쇼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알버 엘바즈가 떠난 이후로 갈피를 잃은 브랜드의 구원투수가 되어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