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평범한 실루엣 뒤로 역동적인 라인의 슬라우치 팬츠가 등장한 후에야 관객은 마음을 놓았다. ‘예쁘다고 평가받는 옷을 만들고 싶지 않다’던 그의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차였다. 이어 등장한 옷들은 헨리 8세와 햄릿으로부터 영감 받은 요소에 스트리트 무드와 놈코어를 절묘하게 조합한 스타일. 특히 망사로 감싼 팬츠는 어떤 소재라도 쿨하게 바꿔놓는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제2의 베트멍’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전 시즌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