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마 미술관 조각 공원의 첫 패션 행사로 캐롤리나 헤레라의 컬렉션이 낙점되었을 때 ‘그녀가 아트피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쇼를 선보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꽤 설득력 있어 보였다. “예술과 패션은 분명 다릅니다. 우리는 옷을 입고 움직이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예술의 판타지 대신 현실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 공교롭게도 쇼가 펼쳐진 날은 9월 11일. 뉴욕 시민들의 슬픔을 위로하듯 봉긋한 볼륨과 달콤한 캔디 컬러, 발랄한 깅엄 체크와 도트 패턴을 한데 모은 의상은 하나같이 밝은 분위기를 내뿜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디자이너 웨스 고든을 컨설턴트로 영입해 기존에 비해 젊은 감각을 주입한 의상이 늘었다는 것. 퍼프소매가 달린 화이트 셔츠, 색색의 단추를 장식한 데님 드레스, 스트라이프 패턴 컬러 퍼와 메탈릭한 시퀸 드레스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