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아이콘 캐럴린 베셋 케네디를 오마주했다고 밝혔지만, 블랙 &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선택한 것 외에 미니멀리즘을 트렌드로 이끈 그녀를 연상시킬 만한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튼과 리넨 소재를 앞세워 레이스, 러플, 크로셰 등 지극히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고수했으니까. 물론 비즈와 메탈 디테일로 꽃 오브제를 구현한 라이더 재킷부터 피날레에 등장한 발레리나 튀튀 스커트까지 평소 파우스토 푸글리시가 애정을 기울이는 글램록 요소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탤리언식으로 재해석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푸글리시의 팬이라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할 만한 쇼임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