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고풍스러운 저택에 꾸민 쇼장 중앙의둥근카펫위에는예술작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나단 앤더슨은 카펫이 아티스트 앤 로(Anne Low)가 지난해 헵워스 갤러리를 위해 만든 것이고, 페인팅 중 몇 점은 자신의 개인 소장품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는 우리를 히스테릭하게 만듭니다.” 조나단 앤더슨의 이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이번 컬렉션은 치밀하고 디지털적인 것에서 벗어나 패션에 한층 원론적으로 접근했다. 슬리브리스 드레스, 가슴이 도드라지는 흐르는 듯한 실루엣의 드레스, 크롭트 톱과 스커트 등 디자인은 몇 가지로 단조롭게 함축했고, 소재와 컬러만 변화를 준 옷으로 컬렉션을 채웠다. 소재는 리넨, 부드러운 나파 가죽, 니트와 저지로, 컬러는 그린, 옐로, 베이지로 모두 자연스러운 느낌을 중시한 것을 택했다. 누구를 위한 옷인지 의구심이 들던 난해하고 실험적인 의상은 종적을 감췄지만 기계적인 공산품의 느낌을 걷어낸, 그가 사랑하는 유기적인 터치는 한층 진보했다. 한마디로 그의 ‘선택과 집중’이 반짝인 컬렉션. 조나단 앤더슨은 여전히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고, 젊지만 능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