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이 아닌 미지의 어딘가 (somewhere)를 떠올렸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혼재하는, 치밀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쇼였다. 머리를 감싼 실크 터번(스테판 존스의 작품), 오버사이즈 셔츠와 바스락거리는 플로럴 패턴 윈드브레이커, 비즈를 촘촘하게 엮은 슬리브리스 톱, 은박 프린지가 달린 스포츠 샌들과 패니 팩, 깃털 장식 숄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한꺼번에 걸친 모델들은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광활한 마룻바닥을 걸으며 갖가지 소음을 일으켰다. 소리를 따라 아이템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게끔 배경음악을 없앤 명민함과 그런지 패션에 한 획을 그은 마크 제이콥스의 기발하고 계산적인 레이어링에 감탄할 수밖에. 광범위한 레퍼런스를 하나의 컬렉션에 압축한 쇼가 끝나자 항간에 떠돌던 그가 브랜드에서 물러난다는 루머가 단숨에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