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드레스를 입은 에디 캠벨이 담배를 문 채 샴페인을 마시며 쇼의 오프닝에 등장했다. 어딘지 모르게 자유로워 보이는 그녀는 바로 디자이너의 분신. 몰리 고다드는 주치의가 권한 대로 술을 마시며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한 후, 이 경험을 계기로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아마 옷만 본다면 컬렉션의 완성도에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맨발로 춤을 추고 관객과 눈을 맞추는 모델들을 보고 있자니, 디자이너의 의도와 옷의 진가가 드러났다. 쇼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몰리 고다드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튈 드레스에 얽매이지 않고 컬렉션을 완성했는데, 코튼이나 스팽글 소재로 볼륨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드라마틱한 무드는 잦아들었지만 이전에 비해 한층 더 웨어러블한 룩이 탄생했고, 몰리 고다드는 한결 더 자유로워 보였다. 아마 자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튈 드레스로부터 해방을 선언한 듯했다. 쇼는 관객의 박수갈채 속에 축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