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다 일린칙의 옷을 보면 따뜻한 나라로 떠나 여유를 즐기고 싶다. 이번 시즌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실루엣과 과감한 컬러 팔레트로 여유가 느껴지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국적인 인상이 더욱 뚜렷했던 건 아프리카의 건축가 디베도 프란시스 케레 (Diébédo Francis Kéré)가 지은 서펜타인 파빌리온에서 쇼를 펼쳤기 때문. 록산다는 러시아의 구성주의를 대표하는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며 컬렉션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생동감 넘치는 컬러 매치가 그 영감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 결과 옐로와 핑크, 블루와 레드, 핑크와 레드처럼 다양한 색이 과감하게 충돌하며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전반적으로는 자연주의적 시선이 담겨 있었다. 섬세한 리넨 드레스, 풍성하게 주름이 잡힌 새틴 블라우스, 탐스러운 꽃 자수, 공작새가 떠오르는 금빛 프린지 장식에는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손맛을 담아냈다. 이번 시즌 록산다의 감각이 꽃피운 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섬세하게 가꾸어져 있었다.